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줏대와 잣대

산사의새벽 2008. 2. 28. 08:02
요즘 새정부 출범과 함께 내각인선을 보면서 '팔려가는 당나귀' 이야기가 문득 떠올랐습니다.

아버지가 어린 아들과 함께 당나귀를 팔러 장으로 가고 있었습니다.
아버지와 아들이 나귀를 끌고 가니 타고 가면 될 것을 둘 다 걸어갈 게 뭐가 있느냐고 했습니다.
이야기를 듣고는 아들을 당나귀에 태우고 아버지는 고삐를 잡고 걸었습니다.
이번엔 노인네들이 그 모습을 보더니만 야단을 했습니다.
버릇도 없이 아들놈이 나귀를 타고 아버지를 걷게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러자 아버지가 나귀에 타고 어린 아들이 고삐를 잡았습니다.
이번에는 빨래를 하던 아주머니들이 한마디씩을 했습니다.
어른이 어린 자식을 학대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이래도 흉 저래도 흉, 참 곤란한 지경이 되고 말았습니다.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던 아버지와 아들이 이번에는 둘 다 나귀에 올라탔습니다.
그러나 이번에도 사람들은 저 조그만 나귀에 두 사람이나 올라탔으니 나귀가 불쌍하다는 것이었습니다.
나귀에서 내려 다시 고민하던 아버지와 아들은 마침내 나귀를 줄에 매어 나무막대기에 묶고서는 어깨에 메고 갔다는 이야기입니다.
실제로 매고 갔기야 하겠습니까마는...

매사에 중요한 결정을 함에 있어 남의 말을 귀담아 듣는 것은 중요한 일입니다.
그러나 다른 사람의 말을 듣고 너무 쉽게 그 말을 따르는 것은 가벼운 일입니다.
우리가 살아가며 흔하게 범하는 잘못 중의 하나는 자기 줏대 없이 산다는 것입니다.
내 생각과 판단에 따라 소신 있게 살지 못하고, 다른 이들의 요구에 억지로 맞추며 살아갈 때가 적지 않습니다.
그러나 소신을 가지고 줏대있게 살아 가는데 있어 가장 중요한 일은 바른 판단을 할 수 있는 심층정보에 바탕을 두어야 하는 일입니다.
왜곡된 정보, 편향된 정보, 가공된 정보로는 제대로 된 판단을 기대할 수 없는 거지요.
그런 상황에서의 줏대는 오만과 편견으로 나타나기 마련입니다.

이번 조각인선에서 여야의 상황이 180도 완전히 뒤바뀌었습니다.
전 정권에서 흠결있는 국무위원을 낙마시키면서 요구했던 당시 야당의 대변인 성명을 이번 야당으로 전락한 당에서 그대로 이름만 바꾸어 요구했다는 기사를 보고 권력무상을 느끼는 분들이 많았을 줄 압니다.
이런 일은 잣대의 문제입니다.
특히 정치하는 분들이 자기 줏대 없이 살게되는 큰 이유는 자기 잣대가 없기 때문입니다.
'이현령비현령'이라는 자기 중심 잣대로 남을 재는 비상식이 판치기 때문입니다.
내게는 관대한 잣대를 들이대고 남에게는 엄격한 잣대를 사용하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그러다 보니 나의 요구는 늘 정당하게 느끼고 남의 요구는 항상 억지로 비춰지는 거지요.
정권차원에서의 검증이 아니라 미래를 열어가는 선진국가가 되려면 이제 우리도 엄격한 도덕성을 가진 사람이 공직자를 요구해야 합니다.
쌓여진 부가 문제가 아니라 쌓여진 과정이 문제입니다.
그리고 그런 상황을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가도 큰 문제이지요.
30억이면 어떻고 그 정도면 어떻고 하는 자세가 문제입니다.
국민에게 성실히 소상히 답변하는 자세 또한 정승에게 요구되는 자질입니다.
국민의 잣대는 점차 엄격해지고 있습니다.

사위가 우리집에 자주오면 효성이 지극한거고,
아들이 처가에 자주가면 줏대 없는 놈입니까?
남의 딸이 애인이 많으면 화냥끼가 있는 거고
내딸이 애인이 많으면 인기가 넘쳐서 그런겁니까?

"진정한 프로는 자신의 일에 세상의 잣대를 대지 않는다!!!"

세상의 잣대가 아닌 스스로 내가 나를 인정할 수 있는 힘.
바로 그런 힘에서 나오는 잣대로 나를 다스리고 상대를 다스려야 합니다.

오늘 아침,
나의 잣대로 재보는 세상.....

새로운 잣대를 하나 더 만들어야 하겠다.....
궁시렁거리지 말고 관조(觀照)하는 잣대를.....